![]() 많은 것들이 다시 변했다. 나는 좀더 나이를 먹었고, 사람들의 더 많은 모습들을 보았고, 몇 번인가의 선거를 했다. 세상이란 그저 넘겨다보고 상상하는 것에서 좀더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 되었음에도, 그 때의 막연함은 오히려 커져만 간다. 앞으로는 보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했던 뉴스 화면들은 계속되고, 내가 고작 더 이해할 수 있는 사실이란 거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혹은 하지 않는다는 것뿐인 듯하다. 그리고 이천구년 오월의 어느 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죽음을 선택했다. 내가 조금이나마 아는 바로는, 그는 어떤 이들이 기억하는 것처럼 완벽한 인물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또 다른 이들이 믿듯이 천벌받아 마땅한 죄인도 아니었다. 각자의 믿음이 어찌 되었건 그는 그가 버려서는 안 될 가장 큰 것을 저버린 듯 보인다. 그럼에도 모든 사실을 떠나 그 죽음 앞에서 적어도 안타까운 자세를 가질 수 있는 건, 그것이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자신이 택했던 태도가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었음을, 스스로 다른 이들이 믿는 자신을 저버렸음을 깨달았을 때, 최소한은 부끄러워할 사람의 얼굴. 아예 그런 것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듯한, 사람 비슷한 표정을 짓는 것조차 상관없다는 듯한 누군가들의 얼굴이 아니라. 지금 와 생각해보면 그때 그 광장을 채웠던 사람들의 생각들도, 그때 내가 품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믿음이었으리라. 그래도 우리는, 세상은 괜찮은 방향으로 흘러갈 거라는 막연한 희망 같은 것. 지금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건 어쩌면, 사람 사는 세상이란 점점 더 잘못되어만 가리라는 불안감뿐일까. 시청에서 보았던 얼굴들을 생각하고, 생전 노무현 대통령이 보였던, 혹은 후에 봉하마을 촌부가 보여주었던 얼굴들을 생각한다. 저 멀리 세상을 넘겨다보던 내 얼굴은 이 세상 속에서 어찌 변해갈지 생각해본다. 부디 그 얼굴들의 끝이, 죽음이 아니었으면 할 뿐이다. 2009.05
by wideawake ![]() 믿을 수 없이 행복하기만 한 날에도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 닥칠 수 있는 법이다. 우리는 항상 경계하고, 또 힘껏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만 어느날엔가 오고 말 떠나감에도 조금은 더 익숙해질 수 있을 테니까, 그러니까 지금은, 다시 한번 핑크 플로이드에 관해서 써야 한다. more... ![]() 아직도 몇 페이지쯤 전에 그가 죽었을 때 어떻게든 써보려다 끝내 끝내지 못한 글이 남아 있다. 워낙에 황망한 소식에 할 말이 없기도 했다만, 당시 이 배우에 대한 스스로의 감정이 어떤 것이었는지 확실히 마침표를 찍어내기가 곤란했던 것이 사실이다. '기사 윌리엄'의 금발 미남스타 정도의 시작에서 '브로크백 마운틴' 속 과묵한 카우보이까지, 짧지 않은 시간동안 이런저런 영화들 속에서 보일듯 말듯 꾸준히 영역을 넓혀오던 과묵한 연기자. 정말 아까운 명배우가 갔다. 라기보담 이제 막 뭔가 해보이기 시작할 땐데...쯤의 망연자실이었으리라. 그때까지의 히스 레저에 대한 인상이라면. 그래서였을까, 영화가 공개되고 과연 조커에 대한 극찬들이 쏟아질 때에도, 잔뜩 기대하는 한편으로 내심 마냥 환호를 보내거나 혹은 안타까워하기에는 뭐랄까, 뭔가 머쓱한 데가 있었다. '아임 낫 데어' 속 히스 레저, 육분의 일의 밥 딜런을 볼 때와 같은 기시감. 나는 그를 알고 있는 것일까? 혹은, 내가 알고 있다고 말할 만큼 그를 알려고 했던 적이 있던가? why so serious??
|
카테고리
이전블로그
2009년 05월
2009년 02월 2009년 01월 2008년 12월 2008년 11월 2008년 10월 2008년 09월 2008년 08월 2008년 06월 2008년 05월 2008년 04월 2008년 03월 2008년 02월 2008년 01월 2007년 11월 2007년 10월 2007년 09월 2007년 08월 2007년 07월 2007년 06월 2007년 05월 2007년 04월 2007년 03월 2007년 02월 2007년 01월 2006년 12월 2006년 11월 2006년 10월 최근 등록된 덧글
퍼가요~
by 모르모트 at 03/01 퍼감니다~ by 모르모트 at 02/21 마지막장면이 여운을 남.. by sdfa at 10/09 흑. 다크나이트 봐야하.. by 누벨바그 at 08/08 의도한 건 아닌데- 유진.. by 안냥 at 08/08 paper cup/ 23일날 시네.. by wideawake at 08/07 미안한 말이지만 불안불.. by paper cup at 05/02 음반수집가 님/ 음악은 좋.. by wideawake at 04/23 paper cup/ 왜 오는 .. by wideawake at 04/23 연리목 누님/ 아니 뭐 저.. by wideawake at 04/23 최근 등록된 트랙백
[방축(放·逐, 2006)]
by SabBatH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by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망상대리인 (콘 사토시) by 한페이지리뷰 스코세지...축하해요 ^^ by GoodNight 목록 : 2006년 영화 Best 10 by SabBatH 메뉴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