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애폴리스 창녀로부터 온 크리스마스 카드 Christmas Card from a Hooker in Minneapolis



  어릴적 동네 대여점서 빌린 먼지투성이 '스모크' 비디오 엔딩크레딧에 무지막지하게 쏟아지던 'Innocent when you dream' 의 목소리부터였는지, 혹은 불꺼놓고 혼자 발발 떨면서 보던 주말 명화극장 '드라큘라' 속 정신병자의 원래 그렇다는 듯이 뻗쳐댄 머리 스타일부터였는지, 아님 짐 자무시 챙겨보면서 건진 '다운 바이 로우' 오프닝 트래킹숏과 함께 쿵짝이는 'Jockey Full of Bourbon'부터였는지, 어쩜 '커피와 담배'때 이기 팝과 마주앉아서 담배 얘기를 주고받던 목쉰 아저씨부터였는지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하여튼, 톰 웨이츠는 왠지 날 때부터 이 인간 팬이었노라고 우기고 싶게 하는 인간이다. 나는 완전히 망가질 데까지 망가졌으니 더는 다칠 것도 없다!! 라 외치는 듯한, 그 특유의 사람을 바닥까지 가라앉히고 후드려패는듯한 노랫소리를 듣고 있자면 이런 목소리는 남들 모르게 꾹꾹 숨겨 놨다가 나 혼자 아무도 모르게 꺼내 들어야 하는데-라고 한숨을 쉬게 한다. 헌데 또 알고 보면 이양반 술담배 안한단 얘기가...
 시즌이니 시즌이니만큼 달달한 노래가 흘러 넘치는 요즘이지만 이맘때 항상 생각나는 건 어떤 캐롤보다도 역시, 이 노래다. '미니애폴리스 창녀로부터 온 크리스마스 카드'. 톰형 목소리도 목소리지만 4분 30초 내외 러닝타임 안에 담긴 가사가... 아, 할 말이 없다. 그냥 한번 듣고 가사를 참조하면서 다시 들어 보시라. 역시나 남들 아무도 모를 때부터 이미 팬이었다!! 라고 주장하고 싶은 곡이다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여기 담긴 내용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게 된 건 역시나 박찬욱 감독의 글 덕분이다. 그리고 보니 이 냥반 '2007년에 만들 예정이던 흡혈귀 영화'에 결국 'black wing' 안 썼네...  

가사 -'박찬욱의 몽타주' 中 에서 발췌
by wideawake | 2011/12/24 20:29 | musica | 트랙백 | 덧글(0)
故 다임백 대럴 dimebag darrell
 소싯적에 귀때기 터지게 음악을 틀어 놓고 모가지 빠져라 머리채를 돌려대는 데 청춘을 바쳐 본 일이 있는 인간이라면 판테라란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헤비메탈이 유행 지난 농담쯤으로 변해가던 90년대에 보란 듯이 빌보드 정상에 이름을 올려 놓고, 맘에 안드는 놈들은 밑도끝도 없이 다 까버리던,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공룡 같던 밴드. 영영 죽지 않을 것만 같던 그들이 해체하고, 다임백 대럴이 그토록 허망하게 떠난지도 칠년여가 흘렀다. 2004년 12월, 새내기시절 겨울에 믿기지 않는 뉴스를 듣고 과게시판에 아무도 대꾸해주지 않는 푸념을 늘어놓았던 기억이 난다.    

 뒤늦게나마 기타를 조금쯤 튕길 줄 알게 되면서 고마운 사실이 있다면 경외해 마지않는-기타 치는 인간들에 대해 좀더 이해하게 되었단 거다. 이 여섯 현짜리 악기를 뜻대로 다룬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만만치 않은 일이며, 거기에 자기만의 톤을 가지고 음악을 만들어낸다는 건-헤비메탈 역사상 손꼽힐 기타리스트가, 하루아침에 무대에서 총을 맞고 죽어버리는 것만큼이나, 한없이 거짓말에 가까운 일이다. 그렇게 거짓말처럼 시간은 흐르고,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은 이들도 어느샌가 자리를 뜬다. 그 음악들에 설레던 기억이 여전한 걸 보면, 아직도 그들이 떠나고 사라져가는 일을 다 이해하기엔 충분히 나일 먹지 못했나보다. 간만에 찾은 판테라의 앨범들 속에서, 다임백 대럴의 기타는 면도날이란 별명만큼이나 여전히 강경한 자기 톤을 세우고 있다. 영영 녹슬지 않을 것이다.

 2011.12
by wideawake
by wideawake | 2011/12/09 00:50 | people | 트랙백 | 덧글(1)
'트리 오브 라이프 the tree of life, 2011' - 이것은 거장의 전진이다.
   
 우리는 간혹 누군가를 칭찬하며 '거장'이란 찬사를 너무 쉽게 끌어오곤 한다. 영화 두서너편을 상업적으로 혹은 비평적으로 성공시키고 정점에 오른 감독의 이름 앞에 흔히 그러한 수식어가 붙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영화라는 예술 앞에서 거장이란 단어가 그렇게 남발되는 게 옳은 일일까? 본인의 좁은 소견으로는, 단 한편을 찍더라도 영화란 것이 어디까지 갈 수 있나 가보는 이의 이름 앞에 붙을 때 비로소 그 단어가 민망하지 않은 것이 되지 않나 싶다. 아니, 한 편으로는 물론 부족하다. 한번 갈 데까지 가보았다가 폭삭 망했다고 해도, 계속 가보는 것, 그렇게 몇 편이고 전진을 멈추지 않는 작품을 계속 만들어 나가는 것, 그게 그런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기본 요건이 아닌가 한다. 거장의 졸작은 범인의 걸작보다 흥미롭다고 했던가, 그리하여 거장이란, 무슨 짓을 해도 용서받는 특권자가 아니라 무슨 짓을 벌이건 일단 주목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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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deawake | 2011/11/08 00:29 | cinema | 트랙백(2)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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