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의 아메리카인' 의 마지막 이십여분은 압도적이다.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보낸 화가는 발코니에 쓸쓸히 앉아 파리의 밤 풍경을 종이 위에 옮기다, 어느 순간 그 속으로 들어가버린다. 그 순간엔 어떤 잡다한 설명도 그럴듯한 대사도 없다. 자신이 그린 그림 속, 자신의 백일몽 속에 빠진 그는, 현실의 그 어떤 제약도 따라올 수 없는 자신이 만든 무대 위에서 온갖 색채와 회화와 음악들 사이를 오가며 춤을 춘다. 그때 비로소 뮤지컬은 이야기 위에 적당히 춤과 음악을 얹은 눈홀림이 아닌, 보통의 말과 행동으로는 절대로 전달할 수 없는 어떤 절정의 순간이 된다. 그가 영원히 끝날 것만 같지 않은 꿈을 깨고 현실로 돌아오려는 때에, 화가는 돌아온 연인과 재회하고 행복하게 걸어나가(는듯 하)지만 거기엔 어떤 말도 노래도 없다. 그들 위로 펼쳐진 파리의 풍경은 현실이라기보다 그가 종이 위에 담았던 그림과 닮아 보인다. 그는 정말 사랑을 되찾은 것일까? 혹은 그것마저 꿈 속에서 그려낸 그의 환상의 연장일까. 굳이 그런 의문들에 매달리지 않는다 해도, 할리우드 뮤지컬의 전성기가 은막 위에서 펼쳐진다는데야 극장을 향할 이유는 충분하다. 지금 재현하려 해도 역부족일 듯한 규모의 세트, 화려함의 끝을 보려는 듯한 조명과 미술들을 종횡무진 가로지르는 군무의 터져나갈 듯한 역동은 왜 스콜세지 같은 이가 '뉴욕 뉴욕' 같은 영화로 이 시기를 재현해보려 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거기에 감독이 빈센트 미넬리라는데야, 더 말해 무엇하랴. 2008.02
by wideaw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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