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지오 레오네 회고전 : once upon a time with the leone
 옛날 얘기를 해 보자. 아마도 05년의 어느 화창한 봄날쯤, 그닥 화창하지 못한 두 영화광 친구들을 따라 멋도 모르고 찾게 된 곳이 있었다. 심히 화창하지 못한 냄새를 풍기는 돼지머리들 사이를 지나, 아무래도 화창이란 단어를 떠올리기 힘든 허름한 건물 극장 앞줄쯤에서 목을 빼고 기다리자니, 불이 꺼지고 탁탁 필름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한순간 스크린에는 뭔가 커다란 것이 좌악 펼쳐졌다.웨스턴이란 게 카우보이 모자 쓴 느끼리한 양키들이 오케이 목장 어디쯤에서 총질하는 것쯤인 줄 알고 있었을 때,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절대, 그렇게 허투루 꼬나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땀과 먼지 투성이 그대로의, 더럽고 추하고 생생한 살아 날뛰는 날것 그대로 툭툭 던져지는 이미지들. 그때까지 알지 못했던 세계가 눈앞에서 폭발하고 있었다. 그건 그야말로, 영화였다. 세르지오 레오네였다. 나는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시간이 흐르고 '영화'의 목록들은 쌓여간다. '2001 :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마침내, 스크린에서 보고 나오던 그 극장 앞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던 우리들 사이에서, 한 선배가 이야기했다. 아직 '웨스트' 의 그 크레인샷이 남았잖아. 어쩌면 결코 오지 않을 것만 같아서 몰래 머릿속에 그려보기만 하던 그 순간을 상상하면서, 우리는 언젠간 그 순간과도 만나볼 수 있으리라 조심스레 끄덕였다. 그리고 또 몇번인가의 기다림 끝에, 우리는 세르지오 레오네와 다시 만나게 되었다.      

 나는 기억한다. 그날 극장에서 스크린 가득히 들어찼던 사내들의 얼굴을. 레오네의 클로즈업을 신이 나서 떠벌리던 타란티노의 빛나는 눈을. 술집 앞에서 서성이며 누군가와 레오네의 영화를 이야기하던 어느 새벽의 웃음을. 이리저리 수식을 달고 이런저런 설명할 것 없이, 아, 그 장면!! 하나로 눈을 마주치고 웃어보이게 되는 영화. 오로지, 세르지오 레오네란 이름만이 해낼 수 있는 마법이다. 여느 심약한 감독쯤이로서야 어찌어찌 말로 설명해보려 쩔쩔맬 것들을 한 샷으로 담아내버리는 대담함. 그 누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웨스트'의 도입부 기차역에서처럼 카메라를 움직일 수 있으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레볼루션' 에서 혁명을 시작하고 끝내버리듯, 웨스턴이란 미국 대륙의 역사이되 서부의 탄생과 종말을 선언할 권리는 온전히 레오네에게 있음이라. 차마 말로는 다 못하고 말 그 담대함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우리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속 소년의 심정이 된다. 벽돌 하나 틈새쯤으로 힘겹게 넘겨볼 수밖에 없는, 미욱한 후학들의 힘으로서는 결코 가 닿지 못할 순수한 영화의 세계를 향한 심정. 레오네의 황야에서, 우리는 누구나 소년이 된다. 말은 아끼고 눈을 크게 뜬 채로, 세르지오 레오네를 만나자. 그 어느때보다 소년의 심정이 되어.
 

 2008.07
by wideawake
by wideawake | 2008/06/24 10:22 | cinema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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