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릭 라이트 goodbye, my own pink floyd

 프리스트 형님들을 영접할 날은 다가오고 '샤인 어 라이트'는 어느덧 막상영이 코앞이다. 거룩하사 두 밴드의 존함이 담긴 포스팅을 주섬기다가도 벅찬 마음 당할 길 없어 중도에 손을 접기가 몇 차례, 그러던 차에 안타까운 부고가 또 한 차례 날아들었다. 언제나처럼, 그저 믿고 싶지 않아지는 소식.  
 믿을 수 없이 행복하기만 한 날에도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 닥칠 수 있는 법이다. 우리는 항상 경계하고, 또 힘껏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만 어느날엔가 오고 말 떠나감에도 조금은 더 익숙해질 수 있을 테니까, 그러니까 지금은, 다시 한번 핑크 플로이드에 관해서 써야 한다.



 이 공간에 써내린 글줄들 중에 그나마 스스로 맘에 드는 몇 개인가를 꼽으라면, 핑크 플로이드를 얘기했던 글이 꼭 들어갈 거다. 나름의 깜냥으로나마 어떤 대상에 대해 묘사해보려 애쓰고, 어떻게든지 오롯한 본 모습을 글귀로나마 잡아보고 싶어지는 것. 그건 상대에게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애정 표현에 다름아니다. 숨길 수 없는 존경을 품은 이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경의의 자세. 핑크 플로이드에 대해 썼을 때엔, 시간은 흘렀되 기억 속에선 점점 가슴 벅차기만 한 존경심이 졸문 위에서나마 덮여지지 않고 비어져 보였기에 만족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단어 선택이고 문장 완성도고 뭐고 알 바 아니니, 닥치고 핑크 플로이드!!                

 혹자는 로저 워터스와의 결별 이후 핑크 플로이드란 이름이 껍질만 어마어마한 텅 빈 거인이 되어갔다고들 하지만, 왠지 후기의 핑크 플로이드도 싫지 않았다. 그들을 가장 처음으로 접했던 앨범이 후기 핑플의 집대성 'pulse' 라이브였던 탓이려나? 물론 가장 충격을 먹고 단연코 인생의 밴드로구나!! 싶었던 핑플이라면 금방이라도 정신을 탁 놓치고 말 듯 광기와 냉소로 팽팽했던 로저 워터스 시절의 음악이지마는, 핑크 플로이드란 밴드가 가장 위대했던 시절 'darkside of the moon' 이란 걸작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건 분명 로저 한 명이 아닌 멤버들 모두의 천재성이 함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가장 빛났던 때는 지나가고 불화와 결별로 한 시절을 마무리하고도 무대에서 서기를 그만두지 않은 말년의 천재들에게서는 왠지 뭐랄까, 조금은 더 사람스러운 연주가 느껴졌다. 부풀릴대로 부풀린 거대한 스케일의 사운드도 허세뿐이지만 그게 오히려 알 수 없이 쓸쓸한 게, 음악의 주제와 이상한 방식으로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할까. 'division bell' 표지의 서로 마주보고도 굳은 채 아무 말도 나누지 못하는 두 석상처럼. 우리는 또한 인간들일 뿐이니, 떠나간 이들과 이야기했으면 한다고. 
  
 다시 돌려 본 'pulse'의 영상에서는 여전히 그런 느낌이 전해져 나왔다. 이제는 없는 옛 친구의 자리에서 노쇠한 모습으로 연주하는 멤버들. 한때 달의 어두운 면과 인간의 광기에 대해 날을 세웠지만, 세월 속에서 이젠 그저 핑크 플로이드란 이름으로 연주하는 이들. 이젠 호호백발이 된 멤버 한명한명의 얼굴이, 어쩐지 다가갈 수 없는 천재의 그것이 아닌 평범한 사람의 그것으로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공연의 막바지. 'darkside of the moon'을 통채 재현한 후 불 꺼진 공연장 위에 'wish you were here'의 기타가 쓸쓸하게 울릴 때, 언제나처럼 눈을 돌릴 수가 없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comfortably numb'에서 데이빗 길모어의 본격적인 솔로가 터져나오기 전, 키보드를 연주하던 릭 라이트가 카메라로 고개를 돌리고는 씩 웃어보인다. 전엔 미처 기억하지 못했으되, 이젠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될 것이다. 그 음악만큼은, 한순간만큼은 영원하겠지만, 다시는 볼 수 없을 얼굴들이, 핑크 플로이드란 이름을 한 사람들이 그렇게 시간 뒤편으로 걸어들어가는 걸 계속 지켜보아야 하리라. 우리로서는 그저, 기억할 수 있을 뿐이다.   

2008.09
by wideawake


 

by wideawake | 2008/09/16 22:44 | musica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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