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 사토시란 감독을 주목하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올해 최고의 수확이라 할 만하다. 예전부터 그의 작품들에 대해선 들어 왔지만 그 감독의 이름을 각인받게 된 것은 피프에서였다. 유난히도 영화 운이 없었던 올해 부산에서 곱절의 충격이었던 애니메이션 파프리카. 그 한편이 던져준 메시지 덕에 나는 한번 떠나가 버렸던 셀 위의 세계로 돌아왔고, 그제야 미래의 영상물이란 프레임 단위 연출의 세계가 될 것이라던 누군가의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실사 영화 연출을 공부하다 애니메이션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는 콘 사토시(정말 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는, 영화 연출에 대해 한번이라도 고민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이지 입을 딱 벌리고 말 절묘한 순간들로 가득하다. 실사의 인물들과 어딘지 다르면서도 묘하게 비슷한 캐릭터 작화를 바탕으로, 그는 초반엔 실사 영화들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연출로 극을 시작한다. 그러나 극이 진행되며 대부분 끝없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던 혹은 여러 세계를 숨가쁘게 오가던 그 속의 인물들이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얘기는 달라진다. 그건 장풍을 쏘며 하늘을 나는, 만화적 상상력이 지배하는 세계와는 다르다. 그것은 이 세계의, 어디까지나 중력이 작용하는 이 세상 위에 발을 디딘 채로, 거기서 조금 더 발돋움하려 애쓰는 상상력이 가 닿을 수 있는 어떤 지점이다. 퍼펙트 블루에서 여배우가 추격하던 자신의 환상이 도심을 뛰놀다 가로등 위로 사뿐히 날아오를 때, 동경 대부에서 아기를 품고 고층빌딩 끄트머리에서 미끄러지던 주인공에게 기적처럼 도심의 강풍이 불어올 때, 파프리카에서 TV뉴스의 영상 속으로 뛰어든 탐정이 현장의 카메라 속에서 빠져나올 때, 세상 어느 영화 감독이 이 그림 속 세상의 자유로움에 부러움을 표시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은 영화가 한번쯤은 발꿈치를 있는 대로 들어보지만, 여간해선 저려오는 발 덕에 포기하고 마는, 현실과 스크린 사이 환상의 한없이 얇디얇으며 끝없이 두터운 경계인 것이다. 2006.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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