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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 만나는 순간 이미 올해의 걸작으로 점찍어둔 최초의 작품. 솔직히 나는 이안이란 감독에 대해 잘 몰랐었다. 아카데미가 격찬했던 와호장룡도 여태까지의 대륙 무협영화에 비해 별다른 포스를 느끼지 못했었고, 아이스 스톰이나 센스 앤 센서빌리티같은 할리우드 진출 이후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들은 아직 보질 못했다. 거기에 사실, 재수가 끝날 무렵 친구 한명과 재밌는거 보자고 빌렸던 헐크가 가져왔던 쓰나미 덕에 좀 싫어했던 편이라 함이 맞겠다. 다른 동향 감독들처럼 헐리우드 진출했다가 죽쑨듯한 인상의 감독. 그러나 올해, 이 한편으로 그는 나의 그에 대한 모든 잘못된 인식을 바꾸어놓았다. 영화는 자연 속, 두 카우보이 청년 사이의 사랑이 맺어지고 이어지다 어느새 도시 속에서 헤어진 두 사람의 관계가 끊어지고 후회하는 과정을 담담히 바라본다. 굳이 여기에 게이니 하는 단어를 끌어다 쓸 필요는 없다고 본다. 촬영감독 로드리고 푸리에토가 말 그대로 필름 위에 '그려내버린' 풍경화 속에서 그들은 남자이기 이전에 그저 대자연 속의 생물일 뿐이다. 물론 본인은 뿌리깊이 이성을 좋아하는 데 익숙한 인간인지라 영화 속 동성애의 묘사에 잠깐 거부감을 느끼긴 했다만, 그것도 영화 흐름 속에서 그저 두 사람이 교감을 나누는 장면처럼 받아들여졌다면 말 다했지 뭐. 다시 말하지만 이건 굳이 동성애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두 명의 사람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랑과 단절과 세월과 회한을 보여주는 영화다. 이안이란 감독은 그 인생의 과정을, 특히 회한이란 감정을 꼬옥 쥐고 가만히 흔들어댄다. 영화의 마지막 그 셔츠 장면, 아, 거기서 마음 찡하지 않을 재간 있는 이가 어디 있으랴. 느지막한 시간 씨네큐브에서 이 영화를 봤었다. 크레딧에 흐르는 두 곡 모두가 끝난 다음에야 불이 켜졌고, 자리에서 일어나 광화문에서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거기까진 그냥 그랬나 싶었는데 돌아오는 버스 안 마음 한구석이 지독하게도 쓸쓸해 죽겠는 거다. 창밖으로 흔들리는 밤거리를 보면서 앞좌석을 부여잡고 마음을 달래느라 혼났다. 올 한해동안 이렇게 가슴을 쓸어대는 영화는 다시 만나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달라진 것이 있다면, 앞으로 이안 영화는 무조건 찾아 볼 거란 것. ![]() 아, 이것은 이 땅의 슬픔이다. 어찌하여 이런 무지막지한 걸작이 우리 나라에 개봉하지 못한다는 것인지? 이것은 그만큼이나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걸작이다. 내게 가져다 준 충격의 강도로만 따지자면 여기 언급된 열 편 가운데 단연 이 영화가 최고일 것이다. 이것은 데이빗 크로넨버그란 거장 중 거장이, 작살나는 포스 그 자체로 찍어낸 영화이다. 작년 칸에서였나? 크로넨버그의 신작이 공개되었다더라, 죽인다더라 란 소문을 듣자마자 나는 기다리고 기다리며 기다렸다. 그리고 국내 개봉에 대한 아무 소식 없음에 지쳐버리고는, 크로넨버그 형님께 백배 사죄하며 어둠의 경로를 찾아야 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학교에 가자마자 주변사람들에게 떠들어댔다. 폭력의 역사 안 보면 후회한다. 크로넨버그는 항상 인간이란 것들의 본능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해왔다. 그는 그것을 인간과 파리와 기계가 합체해버리는 생물체로, 뱃속으로 혹은 성기 속으로 빨려드는 비디오테잎으로, 여성기의 모습을 하고 마약을 들이마시는 타자기의 모습으로 그려왔다. 그리고 그는 그 극단과 마주해보겠단 기세로 매섭게 달려가는가 싶더니, 크래쉬쯤에서 그만 정말로 충돌해버렸다. 쾅!! 그리고 그는 스파이더에서 어떤 새로운 경지로 눈을 돌렸다. 피와 살이 녹아붙는 살풍경 속의 모습과는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 그리고는 어느샌가 이 걸작을 가지고 돌아왔다. 어 히스토리 오브 바이올런스. 폭력의 역사. 어디 살떨려서 이런 제목 붙일 수나 있겠는가. 동네서 굴러다니는 양아치들은 감히 이런 제목 못 붙인다. 크로넨버그 형님쯤 되는 내공이 있어야 영화 한편 떡 찍어 놓고 이런 제목을 척하니 붙일 수 있다. 포스가 있는 영화들이 흔히 그렇듯, 줄거리는 무척 단순하다. 과거를 숨기고 살던 한 남자가 자신을 추적해온 과거와 맞닥뜨리고는, 일그러져만 가는 가정의 모습에 고뇌한다. 어느새 아들은 아버지의 총을 대물림하고, 어쩔 수 없이 그는 과거로 돌아가 반복되는 폭력의 역사와 마주해야 한다. 굳이 따지자면 누아르와 웨스턴의 가장 기본적인 구조만 추려왔달까. 하지만 그 간명하면서도 한숨에 뼈대를 짚어내는 연출력이라니. 러닝타임도 크로넨버그답게 딱 한시간 반이다. 섬뜩한 롱테이크로 시작한 영화는 당연한 듯 소녀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컷은 어느새 비명을 지르는 주인공의 딸로 이어붙는다. 일견 단순해빠진 액션 위로 뼈를 바수고 살을 찢어내는 최소한의 특수효과와 사운드가 더해질 때, 그것은 정말로 등골을 깊숙이 파고드는 폭력이 된다. 평생 인간의 혈육을 그려낸 이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포스. 그리고 여전히도 정곡을 짚어내는, 인간의 본능에 대한 통찰력. 남편의 과거에 진저리치던 아내가 어느새 그와 계단에서 엉겨붙을 때, 가정에 돌아와 가족과 식탁에 앉은 가장이 젖어든 눈을 들며 엔딩크레딧이 오를 때, 그 무시무시한 포스를 어찌 다 말로 하랴. 감히 말하건대 크로넨버그는 인간을 그려내는 어떤 경지에 다다랐다. 나는 이 영화를, 언젠가는 꼭 극장에서 맞닥뜨리고 싶은 소망이 있다. 이 영화는 그만큼 강렬한 포스를 지니고 있다. ![]() 마스터즈 오브 호러 '시가렛 번' masters of horror 'cigarette burns', 존 카펜터 카펜터의 완벽한 재림. 2006년에 이런 걸 보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으랴? 마스터즈 오브 호러란 제목을 달고 찾아온 시리즈의 기대만큼이나 이 영화의 충격은 큰 것이었다. 이 영화를 본 새벽, 치를 떨면서 멍하니 카펜터 아직 죽지 않았군...이라 읊조리던 기억이 생생하다. 물론 이야기 자체는 어느 정도 카펜터의 전작, 매드니스의 재탕이긴 하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금단의 책을, 혹은 영화를 찾아나서는 여정이란 소재는 얼마나 기본적인 것이면서 매력적인가. 판도라가 열어서는 안될 상자를 열었을 때 이미 우리는 우리에게 금지된 것 때문에 소멸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으리라. 카펜터는 이미 자신이 한번 걸작을 일구어냈던 소재로 또 한번의 걸작을 만들어내었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담뱃불 자국이 주인공의 환상을 넘어 우리가 보는 영상 위에 실제로 떠오를 때, 우리는 그가 여전히 환상 속 공포를 현실과 맞닥뜨리게 하는 데 둘도 없는 선수란 사실을 되새기게 된다. 띄엄띄엄 등장하는 감질나는 플래시백과 말라붙어버린 손과 같이 은근한 묘사를 깔아두다가 한번에 폭발시키는 기법들은 또 어떤가. 이런 기법 또한 언뜻 기초적인 것 같으면서도 더없이 효과적이다. 그는 영화의 가장 원초적인 장치들로 우리를 매혹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다!! 물론 이것만으로 이 작품을 올해의 영화로 꼽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영화가 올해의 영화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슬슬 몰아가다 막판에 터뜨려버리는 그 특유의 극단적인 상상력 덕인데, 사실 호러 감독으로서 이게 한계에 닿으면 생명 끝났다고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하지만 카펜터는 자신이 아직 건재하다는 사실을 이 영화로, 2006년 호러씬 최고의 명장면으로 증명했다. 그 얼큰하기 짝이 없는 곱창 영사라니. 널리고 널린 호러 감독들이 백날 대가리 깨고 팔다리 절단해봐야 가 닿을 수 없는 경지가 여기 있다. 인간의 가장 파헤쳐지고 싶지 않은 세계를 영사기 위로 돌려버리는, 카펜터의 상상력. 비록 최근 시즌 2의 말도 안되는 부진이 아쉽긴 하지만, 카펜터 아직 죽지 않았다!! ![]() 올 한해는 거장의 신작들 소식들만으로도 떨리는 나날들이었다. 나는 내가 너무 늦게 사랑해버린 거장들의 최신작들을, 올해에야 비로소 극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마틴 스콜세지의 디파티드를, 로버트 알트만의 프레리 홈 컴패니언을, (아직 만나진 못했다만) 브라이언 드 팔마의 블랙 달리아를 애타게 기다렸고, 그들의 새로운 세계를 극장에서 마주했다. 그것만으로도 올 한해는 내게 가치가 충분했다 하리라. 그리고 거기에, 마이클 만이 있었다. 마이클 만,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를 한 화면에 등장시켜버린 이 감독을, 도심 속 수컷들의 세계를 그려내는데 따라올 자가 없는 이 작가를 난 그 어떤 감독보다도 좋아해왔다. 그리고 콜린 파렐과 제이미 폭스의 푸른 톤으로 박혀진 티저 이미지를 보는 순간, 난 이번에도 이 감독의 세계에 무조건적인 충성을 맹세해버렸다. 그리고 마이애미 바이스는 올 한해 최고의 기억 중 하나가 되었다. 오랫동안 TV에서 잔뼈를 키워온 이 (동년배에 비해서) 늦깎이 감독은, 여전히도 자신의 세계를 탈피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최고의 동반자였던 단테 스피노티를 떠나보내고 전작 콜래트럴에서 손잡은 디온 비브, 그의 HD카메라 위에서 마이클 만의 세계는 또 한번의 진화를 이루었다. 이 영화를 보던 순간까지만 해도 나는 아무래도 영화란 필름으로 찍혀져야 제맛이지 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잡아낸 밤의 도심 풍경을 보는 순간, 그 생각은 어느샌가 싹 바뀌어 있었다. 매체란 것이 틀만 아무리 바뀌어봤자 소용이 없다. 누군가 그 틀에 걸맞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기 전까지는. 마이클 만은 HD란 매체를 이용하여 자신의 전공을 또다시 극단까지 밀어붙인다. 한밤의 빌딩 위 두 형사의 뒤편으로, 필름은 절대 잡아내지 못할 질감을 한 채 빛나는 밤하늘이라니. 최후의 거래를 앞두고 대치하는 갱 무리들에게 다가드는 씨네마스코프의 힘이라니. 이것이야말로 극장에서 보아야만 하는 영화다. 언젠가 동기들과 이 영화 얘기를 하면서 대립한 적이 있다. 극중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콜린 파렐이 왜 공리와 사랑에 빠지는지에 대한 개연성을 이 영화는 설명하지 못한다는 거였다.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이명세의 형사를 떠올렸다. 왜 남순이 슬픈 눈과 사랑에 빠지는지 보여주지 못하던, 드라마가 아닌 이미지의 영화를 보여주겠다던 영화. 과연, 영화란 이미지만으로 이야기를 넘어설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작년 내게 이명세가 보여주지 못한 지점을 올해 마이클 만은 보여주었다. 난 그 차이가 뭐냐고 말하라면 아직 잘 모르겠다라고밖에 답할 수 없다. 그건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부분일 수도 있다. 다만 나는 마이클 만의 신작에서, 이야기 없이도 말하는 이미지란 것을 보았다고 생각한다. ![]() 파프리카 パプリカ, 곤 사토시 올해 부산은 (언제나 그렇듯) 술운은 많았다만 (이상하게도) 영화운이 없었다. 처음 상영작들이 발표됐을 때부터 작년과는 다르게 그닥 보고픈 영화도 없었고, 어쩌다 김지운 마스터클래스에 끼어 내려간 것까진 좋았다만 과연 그닥 건질 영화들이 없었다. 숙취도 안가셨겠다 그 어느때보다 마음 편하게 극장에서 자버리던 하루하루가 계속됐고, 그리고 이젠 지쳤어란 심정으로 상경을 결심한 날 마지막으로 고른 두 편의 애니메이션, 그 두 편이 올해의 부산을 술보다 영화의 추억으로 남겨주었다. 파프리카와 시간을 건너온 소녀. 두 편 모두 최고의 작품이었다만, 역시 한 편을 꼽아야 한다면 파프리카의 충격을 꼽아야 하겠다. 이 영화가 내게 준 최고의 수확이 있다면 곤 사토시란 이름을 일깨워 준 것이다. 퍼펙트 블루니 매드하우스니 하는 이름을 알고는 있었다만 어째 찾아보게 되지는 않았었다. 예전 스타일은 화려했다만 별로 재미없게 봤던 천년여우의 기억 때문일지도, 혹은 중고등학교 시절 미쳤었던 애니메이션에 대한 애정이 영화로 옮겨오면서 생긴 부작용 때문일지도. 하지만 부산에서 만난 그의 작품은 곤 사토시란 이름을 뇌리에 깊게 새겨놓았고, 귀경하자마자 그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의심할 바 없는 곤 사토시 빠돌이가 되어버렸다. 이 놀라운 작품이 쉴새없이 담아내고 있는 철학들은 너무나 방대해서 읽어내려 노력하고 있자면 머리가 아파온다. 이영도 소설 속의 두억시니들을 연상케 하는, 폭주하는 네트 속 인간들이 읊어대는 선문답들처럼. 몇번인가 이 영화의 리뷰를 써보려고 노력했지만 가물가물한 기억 속 그 모든 요소들을 다 찾아낼 자신이 없어 포기했다. 그만큼 이 영화는, 광대한 네트 속 세계와 그보다 더 광대한 인간 정신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욕심으로 가득하다. 이미 예전에 공각기동대가 말했던 것들 아니냐고? 곤 사토시의 작품을 한번 보면 그런 말 못할 거다. 원래 실사영화를 연출하고자 했다는 이 애니메이션 감독은, 셀 위의 세상에 '영화로만 할 수 있을 법한' 세계를 더해낸다. 현실과 환상과 영상과 전뇌와 만화와 영화와 회화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이 애니메이션이 보여주는 것은 그런 것이다. 아아 말하고 있자니 내가 두억시니가 되는 느낌이다. 더이상 말로 설명해봤자 혼란스러울 뿐이고, 딱 한 장면만 말하겠다. 영화 속에서 아까 말한 세계들의 경계를 누비는 주인공은 어느 순간 뉴스 현장의 영상 속으로 들어가, 그 현장의 카메라 속에서 뛰쳐나온다!! 그게 당연한 얘기 아니냐고? 영화를 공부하면서 카메라의 정치학이니 렌즈가 비춰내는 현실과의 관계니 하는 것들에 대해 한번이라도 고민해 본 사람은, 이 감독의 세계 속에서 이 장면을 보는 순간 뒤로 넘어갈 거라 확신한다. 파프리카가, 곤 사토시의 세계가 전해준 것은 그런 종류의 충격이었다. 작품의 퀄리티를 볼 때 언제고 국내개봉을 해주지 않을까 믿고 있지만, 혹 그렇지 못하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길 권한다. 애니메이션과 더불어 영화의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순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가족의 탄생, 김태용 올해의 한국 영화 단 한편을 꼽으라면 천만 관객을 모은 왕의 남자도, 칸에서 기립박수를 받은 괴물도 아니다. 오로지 이 영화다. 올해 가장 사랑스러운 한국 영화. ![]() 슬리더 slither, 제임스 건 단연 올해 최고의 호러물. 카펜터는 어찌됐냐고? 그 호러와 이 호러는 좀 다르다. 카펜터의 것이 정통 무술의 도를 따르고 있다면 이것은 여기저기 유파가 한데 모여 만들어낸 이종격투기의 진수다. ![]() 프레스티지 the prestige, 크리스토퍼 놀란 다들 실망이라고 했다. 기대했던 것 이하라고 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란 감독의, 메멘토란 새로운 스릴러로 시작해 알 파치노와의 인썸니아를 거쳐, 작년엔 드디어 배트맨 비긴즈라는 역작을 일궈낸 행보에 비할 때 본작의 조금은 김빠진 반전은 분명 약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나날이 그 날개를 펼쳐가고 있는 놀란에게, 이미 전작의 든든한 배역진 그대로 확고한 차기작 다크 나이츠가 예정되어 있는 이 감독에게, 그 사이에 끼어있는 이 영화는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조금 오버해서 말하자면, 나는 이 영화가 놀란이 한번 쉬어가겠다 마술이란 소재에 빗대 지른, 영화를 만든다는 일과 그를 경청하는 관객들 사이의 어떤 관계를 말하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 유레루 ゆれる, 니시카와 미와 왜 진작 보지 못했을까. 12월 말, 나다에 앉아 이 영화와 뒤늦게 만나던 나는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 오다기리 조란 꽃미남이 나온다는 데 대한 반발심리였을까(미남이 나오는 영화따윈 보지 않겠어!!). 이 영화를 보고 온 누님이 추천을 아끼지 않음에도 나는 이 영화를 멀리했다. 그리고 씨네 21에 실린, 봉준호와 이 영화의 감독, 니시카와 미와의 대화록을 보고 나는 그 결정을 후회했다. 그리고 이제와 나다의 마지막 프로포즈, 뒤늦게 이 영화를 보고 온 나는 이제 이 영화를 올해의 영화 중 한편에 추가시키기를 거부할 수 없다. ![]() 프레리 홈 컴패니언 a prairie home companion, 故 로버트 알트만 어이하여 벌써 가십니까. 당신의 신작을 극장에서 만난다며,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라고 즐거워하던 게 엊그제인데.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떠나가 버리시더군요. 저는 당신 영화의 정수라 할 만한 것에 겨우 다가간지 얼마 되지 못했건만.
그 외에도 한해 동안, 조금의 처참한 졸작들과 그보다 많은 수의 평작들과 다수의 아쉬운 범작들, 그리고 몇 편의 수작들과 거기에 눈부신 걸작들이 몇편이나 더 있었다만, 아쉬운 대로 그 리스트는 기억 속에 남겨 두리라. 그 모든 영화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불러내 이야기하기란 불가능하다. 그것들은 기억 밑바닥에 조금씩 쌓여 가다가, 어느날 어느 순간엔가 또 다른 깨달음의 순간에 찾아오리라.
2006,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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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축(放·逐,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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