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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 시절이었을 것이다. 학교 앞에서 횡단보도 서너개만 건너면 그 동네 최고의 번화가 노원역이 나왔고, 그 앞에 이름부터 과연 노원구다운 조그만 음반가게, 노원 레코드가 있었다. 그곳에서 그때까지 이름만 들어왔던-에릭 클랩튼이니 비틀즈니 하는 형님들의 베스트 음반들을 사모으던 때였다. 그리고 아마 그 무렵이었을 것이다. 알란 파커의 더 월이 십여년만에야 대한민국에 정식으로 들어오던 때가. 티비에선 80년대에 쌓아올려진 벽이 이제야 무너져내림을 성토하며 저 유명한, 가면 쓴 학생들이 학교란 공장에서 소시지가 되어 나오는 영상을 줄창 틀어주었다. 그리고 보면 패컬티 오에스티였던가, 레인 스텔리가 톰 모렐로의 기타에 맞춰 음울하게 불러제끼던 어나더 브릭 인 더 월이 엠티비를 타고 있던 것도 그때쯤이었던 것 같다. 결국 우리 모두, 벽 속의 또다른 벽돌들일 뿐이야. 귓속에 깔려들던 그 음울함에 못이긴 나는, 노원 레코드 한켠에 놓여진, 몇 달치 용돈은 족히 될 가격의 더 월을 무작정 집어들었다. 그리고 그 두 장의 디스크는, 노원레코드의 팝 섹션만큼이나 좁아터졌던, 한 중학생의 세상을 둘러싼 벽들을 일순에 깨뜨려놓았다. 시간은 다시 흐르고 흘러, 재작년 동아리 합숙의 막판 엠티. 펜션 한켠 방구석에 널부러져 무료하게 채널을 돌리고 있을 때였다. 바다에 안경을 빠뜨린 덕에 가물가물한 눈으로 보기에도 규모가 장난이 아닌 공연이, 지상파로 방영되고 있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란 생각이 든 순간, 예전에 주워들었던 라이브 에잇 공연 소식이 문득 스쳐갔다. 세계 평화를 위해 전세계 뮤지션들이 하나가 되는, 그리고 핑크 플로이드가 하나가 되는 공연. 그리고 나는 좋지 못한 시력보다 더 흐려진 눈으로, 전설이 이루어지는 광경을 보았다. 그 후에. 라이브 에잇 디비디가 출시되었다. 중학교 시절만큼이나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지만 이것저것 잴 것도 없이 예약했다. 오로지, 핑크 플로이드를 위하여. 그리고 이제는 백발의 로저 워터스와 주름이 가득한 데이빗 길모어가 한 무대 위에서 노래 부르는 것을 보았다. 24년만의 리유니온이었다. 그닥 좋지 않게 헤어진 이들이었지만, 그 무대 위에서만큼은 그들은 또 한번 벽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오래 전 음악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던, 바로 그 핑크 플로이드였다. 전 세계의 청중들을 어느새 편안하게 마비시키며, 그 위대한 솔로잉이 무대 위에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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